
‘성적은 투입한 돈에 비례한다.’ 이 이론은 검증되지 않았지만, 많은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사실처럼 받아들여진다. 대치동 학원으로 대표되는 사교육 업체들이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배경이다. 우리나라 사교육비는 4년 연속 상승해 지난해 29조원을 넘어섰다. ‘부자 아빠에 부자 아들’이 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교육이 그에 상응할 만큼 탄탄해져야 한다. 그러나 교사 증원부터 시작해 손봐야 할 과제가 수두룩하다. 14년 간 맞춤형 학습 기술을 개발해 온 박찬용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 대표이사는, AI가 공교육의 질적 변화를 이끄는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회사 홈페이지에 ‘교육 격차라는 버그를 해결한다’는 문구가 인상 깊다. 한국 교육에 대해 ‘유전유교, 무전무교’라는 비판이 많은데, 이런 문제 의식에서 출발한 건가.
▶우리 회사의 가장 중요한 미션은 ‘질 높은 교육 기회 평등’이다. 대부분의 에듀테크 회사가 목표가 ‘교육 기회의 평등’이나 ‘교육의 평등’을 목표로 내세우지만, 우리는 그보다 선명한 키워드를 사용하고 있다. 그냥 교육이 아니라 ‘질 높은’ 교육이라는 키워드를 붙인다. 평등 앞에는 ‘기회’라는 단어를 첨가했다. 왜냐하면 이미 한국 사회에서는 보편적 교육 기회의 평등은 어느 정도 확보되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학교 교육은 무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메가스터디 같은 민간 교육 서비스도 접근성이 좋아져 많은 학생이 저렴한 가격에 이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질 높은 교육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사람의 관리가 직접 들어가는 교육을 의미한다. 오프라인 학원이나 과외처럼 사람의 직접 관리가 들어가는 교육은 노동집약적인 구조이고, 그 비용이 서비스 가격에 반영되어 굉장히 비싸다.
싼 게 좋다는 말이 아니다. ‘질 높은 교육 기회의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가성비의 문제가 아니라 기존의 30만 원 교육비보다 다소 낮은 수준에서 수백만 원의 고액 서비스와 동일한 퀄리티를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사업성이 생기고, 규모가 커지면 수익률을 기반으로 다시 서비스 가격을 낮출 수 있다. 과외가 50만 원의 가격에 100%의 성과를 낸다고 할 경우, 교육업체가 10만 원에 80%의 성과를 내는 서비스를 만든다 해도 소비자는 절대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어떤 접근법을 사용하고 있나. 최근에는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학생도 많다. 그보다 나은 방식인가.
▶학생마다 학습 습득력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에 따른 맞춤형 커리큘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떤 학생은 10번만 훈련하면 되지만, 어떤 학생은 20번 이상 반복해야 한다. 기존 교육에서는 이런 개인차를 충분히 다루지 못했다. 저희는 이제 그런 것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맞춤형 영역에서 훨씬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로 문제를 풀고 해답을 얻는 방식은 별로 의미가 없다고 본다. 문제집을 사면 해설은 이미 제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시스템을 갖추고 있나.
▶우리는 단순히 학습 결과를 화면에 띄워주고 끝나는 서비스가 아니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생님이 학생을 관리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실시간 데이터 분석을 통해 학생 개개인에게 맞춤형 학습을 제공하며, 이 데이터를 LLM(거대언어모델)에 연동해 교사처럼 판단하고 개입하도록 한다. 선생님이 개입해 줬던 것처럼 AI가 개입해 줄 수 있다. 쉽게 얘기해서 학생에게 먼저 말을 걸어주는 거다. 현재 우리는 20억 건이 넘는 학습 인터랙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실제로 작동시킬 수 있는 플랫폼도 갖추고 있다. 일반 LLM 개발 기업들과는 차별화된 지점이다.
-AI가 교사를 대체한다는 의미인가.
▶교사 자체를 100% 대체하는 건 아니다. 사람은 의지와 관점을 기반으로 학생을 이끌어야 하므로, 사람의 역할은 여전히 필수적이다. 다만, 기존에는 한 명의 교사가 20명의 학생만 관리할 수 있었다면, AI 에이전트를 활용하면 50명, 100명까지도 질 높은 방식으로 관리할 수 있다. 그것도 훨씬 더 질 높게. 학원보다 훨씬 더 저렴한 단가로 더 높은 퀄리티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다. 그리고 이런 기술들이 공교육에 널리 도입된다면, 학생들은 학원에 가지 않아도 학교에서 충분한 관리를 받을 수 있다.
-K 에듀가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해외 전략은 어떻게 설정하고 있나.
▶나라마다 그 전략을 좀 다르게 가져가야 한다. 개발도상국에서는 기초학력 문제 해결이 최우선 과제이다. 우리나라의 입시 중심 교육이 이들에게는 적합할 수 있다. 반면, 선진국형 서비스는 다른 방향에서 접근해야 한다. 우리는 양쪽 모두에 대응할 수 있는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 AI 시대에 필요한 인재상은 무엇이라 보는가.
▶미래 인재 양성 관점에서, AI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을 길러내는 일이 굉장히 중요하다. 어쩌면 AI로 교육을 받는 것보다도 우선이 되어야 한다. AI에게 뭘 시키면 AI가 바로 해주는데, 그런 걸 잘하는 사람이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굉장히 어렵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 건 상당히 지난한 작업이다. 그러니까 원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일 자체가 매우 어렵다. 결국 미래 사회에서는 자기 성찰 능력과 표현 능력, 특히 국어 교육이 그 무엇보다 중요해질 것이다.
-그런 능력은 어떻게 길러야 하나.
▶읽기보다 중요한 것은 쓰기와 사고력 훈련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명확하게 찾아내고, 그것을 AI에게 정확히 전달해 결과물을 생성하는 일련의 과정이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 학생들은 내가 원하는 게 뭔지를 꺼내는 훈련이 많이 안 되어 있다. 현재 교육과정이 이미 정해진 문제를 반복해서 푸는 방식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학생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그 해결을 AI에게 위임하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다. 과거에는, 이 역할이 권력자에게만 주어졌다. 이제는 모든 시민이 그 역량을 가져야 하는 시대가 왔다.
윤석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